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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리고 시 와 글

비 가는 소리 - 유안진

by 지식의 여행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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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가는 소리 - 유안진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不協和)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다보는

실루엣 같은 뒷모습의

가고 있는 수묵 빛 밤비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 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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