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유안진5 비 가는 소리 - 유안진 비 가는 소리 - 유안진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不協和)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다보는 실루엣 같은 뒷모습의 가고 있는 수묵 빛 밤비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 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죄다. 2020. 11. 18. 잘못-유안진 잘못-유안진 잘못하면 알아진다 너무나 많은 진실과 너무나 많은 거짓이 인생 한마디로 졸아들고 마는 것을 마흔의 나이에도 일흔의 생애도 결국 인생이란 두 글자에 담겨지고 마는 것을 그래서 인생은 봄날 꽃일 수 없고 여름 녹음일 수 도 없는 것을 오히려 인생은 밤에 우는 고목의 썩은 등걸인 것을 잘못해 봐야 알아진다 마흔 다섯이 마흔 살과 진배없고 마흔 아홉이 쉰 살보다 더 늙는 것을 마음의 헤매임이 몸의 헤매임보다 더 거칠고 황량하다는 것도 제 주먹보다 작은 술잔 속에 빠져 죽고 싶고 운명에 복수하듯, 되살아나고 싶은 것이 인생이란 것은 잘못해 봐야 알아진다. 거짓말일지라도 진리처럼 믿게 해줄 무모한 용기가 그립고 그런 거짓말쟁이 한 사람이 그리운 게 인생이란 것을 잘못하면 알아진다. 2020. 11. 18. 연인의 자격 - 유안진 연인의 자격 / 유안진 초가을 햇살웃음 잘 웃는 사람 민들레 홀씨 바람 타듯이 생활은 품앗이로 마지못해 이어져도 날개옷을 훔치려 선녀를 기다리는 사람 슬픔 익는 지붕마다 흥건한 가을 달빛 표정으로 열이레 밤하늘을 닮은 사람 모습 있는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알고 그것들을 사랑하기에 너무 작은 자신을 슬퍼하는 사람 모든 목숨은 아무리 하찮아도 제게 알맞은 이름과 사연을 지니게 마련인 줄 아는 사람 몇 해 더 살아도 덜 살아도 결국에는 잃는 것 얻는 것에 별 차이 없는 줄을 아는 사람 감동 받지 못하는 시 한 편도 희고 붉은 피톨 섞인 눈물로 쓰인 줄을 아는 사람 커다란 것의 근원일수록 작다고 믿어 작은 것을 아끼는 사람 인생에 대한 모든 질문도 해답도 자기 자신에게 던져서 받아내는 사람 자유로워지.. 2020. 11. 18. 지란지교를 꿈꾸며 - 유안진 유안진 / 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는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은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 자식하고 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은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 2020. 11. 18.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유안진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유안진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침묵하는 내 가슴에 낡은 거문고 줄같은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이별의 옷자락에 얼룩지는데 해정의 그믈로도 가둘 수 없었던 사람아 때없이 밀려오는 이별을 이렇듯 앞에 놓고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를 안을 수 있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 사랑을 내것이라 할 수 있나 2020. 11. 18.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