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부부1 부부 - 문정희 부부 - 문정희 부부란 여름날 멀찍이 누워 잠을 청하다가도 어둠 속에서 엥 하고 모깃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나머지를 어디다 바를까 주저하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 세를 함께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화 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젤 수 없는 백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손은.. 2020. 11. 18.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