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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리고 시 와 글33

연인의 자격 - 유안진 연인의 자격 / 유안진 초가을 햇살웃음 잘 웃는 사람 민들레 홀씨 바람 타듯이 생활은 품앗이로 마지못해 이어져도 날개옷을 훔치려 선녀를 기다리는 사람 슬픔 익는 지붕마다 흥건한 가을 달빛 표정으로 열이레 밤하늘을 닮은 사람 모습 있는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알고 그것들을 사랑하기에 너무 작은 자신을 슬퍼하는 사람 모든 목숨은 아무리 하찮아도 제게 알맞은 이름과 사연을 지니게 마련인 줄 아는 사람 몇 해 더 살아도 덜 살아도 결국에는 잃는 것 얻는 것에 별 차이 없는 줄을 아는 사람 감동 받지 못하는 시 한 편도 희고 붉은 피톨 섞인 눈물로 쓰인 줄을 아는 사람 커다란 것의 근원일수록 작다고 믿어 작은 것을 아끼는 사람 인생에 대한 모든 질문도 해답도 자기 자신에게 던져서 받아내는 사람 자유로워지.. 2020. 11. 18.
지란지교를 꿈꾸며 - 유안진 유안진 / 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는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은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 자식하고 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은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 2020. 11. 18.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김재진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 2020. 11. 18.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유안진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유안진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침묵하는 내 가슴에 낡은 거문고 줄같은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이별의 옷자락에 얼룩지는데 해정의 그믈로도 가둘 수 없었던 사람아 때없이 밀려오는 이별을 이렇듯 앞에 놓고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를 안을 수 있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 사랑을 내것이라 할 수 있나 2020. 11. 18.
단풍드는 날 - 도 종 환 단풍드는 날 - 도 종 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를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빚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2020. 11. 18.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 류시화 -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 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 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 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2020. 11. 18.
불편과 고독 - 박노해 불편과 고독 詩 박노해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살며시 세상을 빠져나와 홀로 외로움을 껴안아라 얼마나 깊숙이 껴안는가에 따라 네 삶의 깊이가 결정되리니 불편함이 찾아올 때면 살며시 익숙함을 빠져나와 그저 불편함을 껴안아라 불편함과 친숙해지는 만큼 네 삶의 자유가 결정되리니 불편과 고독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것 불편과 고독의 날개 없이는 삶은 저 푸른 하늘을 날 수 없으니 굽이 도는 불편함 속에 강물은 새롭고 우뚝 선 고독 속에 하얀 산정은 빛난다 -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489p 2020. 11. 18.
사랑의 물리학-김인육 사랑의 물리학-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 중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니 다가갈수록 끌리는 마음이 커져가는 걸까? 2020.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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